책에도 취향이 있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이었다.
꽃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지만 각기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었다.
끝맺음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기술서적을 보다가 인문서적을 보면서
생기는 직업병인듯하다.
그래서 막바지에는 훝어보는 식으로 보고 책을 덮었다.
2021년 11월 19일 오후 2:53
이곳은 꽃들이 있는 세상이다.
꽃을 든 남성이 자동차를 얻어 탈 확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누군가를 살인하려는 남성이 발길을 멈추고 작약부터 꺽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여기서 뭔가 더 중요한 요소, 더 결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믿는다. 꽃이 "감정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므로"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차를 태운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이 책에서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를 파헤치려고 한다.
시각적, 후각적인 자극을 넘어서 우리는 꽃을 정말 좋아한ㄷ. 꽃과 관련된 여러 상징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생기면서 전설, 역사, 속담, 시, 회화와 벽지 무늬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꽃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왔다. 사랑을 표현하려고, 애도하는 마음을 나타내거나 사과하려고 꽃을 보낸다.
사람들은 일찍이 책을 '울타리를 구른 정원'에 비유했다. 각기 다른 내용을 모아 편집한 책은 다양한 꽃을 합친 호환이나 꽃다발로 비유했다. 선집이라는 단어는 원래 꽃을 모은다는 의미였고, 특별히 내용을 세심하게 골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구약 성경에는 "꽃은 시들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라는 가르침이 끈질기게 되풀이해서 나온다. 시인들 역시 "오늘 웃고 있는 이꽃이/ 내일이면 죽어가고 있으리"(로버트 헤릭)나 "환락의 앵초 길을 걷다가 영원한 지옥불로 들어가는"(셰익스피어-맥베스에서 문지기가 한 말)같은 구절로 그런 가르침을 일깨운다. 16세기 네덜란드 미술가 헨드릭 골트지우스는 꽃 두송이(그 중 하나는 홀씨를 날리며 사라지는 민들레처럼 보인다)를 쥐고 있는 젊은 남성의 초상을 그리면서 라틴어로 "그리하여 세상의 영광은 지나간다"라는 금언을 집어넣어 주제를 강조했다.
장미는 덧없음을 이야기하기에 적당한 꽃이다. 이솝 우화에서는 장미와 아마란스(우리가 아는 그 아마란스 같지는 않지만)가 토론을 벌인다. 아마란스가 장미에게 아름답다고 칭찬하자 장미는 아마란스에게 "아무도 나를 꺽지 않아도 나는 시들고 말아. 하지만 너는 계속 꽃을 피우면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잖아"라고 이야기 한다. 이솝은 꺽어서 말리더라도 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아마란스를 부러워 한다.
어떤 꽃이든 의미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일종의 대조를 통해서만 그 의미가 드러난다.
큰 키(그리고 '대담하다')의 해바라기와 비교하면 제비꽃은 작다(그리고 '수줍어한다').
오래된 관습일수록 조금 흔들어놓고 싶은 유혹도 커진다. 5월의 사랑스러운 꽃봉오리만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D.H. 로렌스처럼 "해맑았다가 추하게 시들어가는 꽃" 이야기도 할 수 있다.
무엇이 삶을 밝게 만들어주냐고 물을 때 꽃이라고 대답하기 쉽다. 사람들은 꽃을 필수품보다는 장식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랄도왈도 에머슨 같은 작각가 "한줄기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실용품보다 가치 있다"고 주장했다면, 실용주의자들은 "꽃을 먹을 수는 없다"고 대답한다.
사실 우리는 화초의 많은 부분을 먹는다. 이 책에서도 씨앗(아몬드), 열매(로즈 힙, 해바라기), 줄기와 뿌리줄기(연꽃), 암술머리(사프란)로 만든 식품이 등장한다.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의 주장이라고 할 때도 있고, 그리스인 의사이자 철학자 갈레노스가 주장했다는 말도 있다. 둘 중 한 명이 "빵 두덩이가 있다면 그 중 한 덩이는 팔아서 수선화를 사야 한다. 빵은 육체의 식량이고, 수선화는 마음의 식량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계절로 뚜렷하게 나눈다는 게 별로 맞지 않는 지역도 많다. 가령, 인도에서는 두 달씩 묶어 여섯 계절로 나누는 게 더 유용하고,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이 매년 범람하는 때를 기준으로 세 계절이 등장한다.
각각의 꽃이 나타내는 계절이 달라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초여름에 꽃을 피우는 개양귀비는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를 상징하는 꽃이 되면서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 있는 11월에 다시(조화로) 피어난다. 게다가 기후 변화가 계절에 영향을 끼치면서(북쪽 기후도 여름과 겨울이 길고 간절기는 짧은 남쪽 기후와 비슷해졌다) 사계절로 구성한 이 책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은다.
2021년 11월 21일 오전 10:15
봄,
봄
그것은 봄의 노래!
나는 오랫동안
봄의 노래를 기다려왔다.
-<당의 노래>, 랭스턴 휴스
봄의 제왕이여
그녀와 나를 화해시켜 주세요.
나는 당신에게 꽃을 갖다 드릴게요.
-<소박한 부탁>, 인도의 사랑 시
봄은 이렇게 시작한다. 짙어지는 푸른 잎사귀,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 점점 길어지는 낮.... 느릿느릿 바뀌다 갑자기 뭔가 더욱 확실해진다.
~~봄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똑같다. 하지만 봄은 매년 어느 곳에서나 놀랍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지는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이다. 속담에서 이야기하듯 일곱, 열둘, 열아홉 송이(정확한 숫자는 그때 그때 달라진다) 데이지가 "우리 발에 키스하려고!" 나타나는 때는 봄밖에 없다. 꽃을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데이지는 그 해의 사랑스럽고 어린 소녀들이다.
제피로스는 또한 "해마다 꽃이 만발한" 영원한 봄을 폴로라에게 지참금으로 주고, 꽃을 다스리게 했다. 하지만 '다스린다'는게 그다지 어울리는 말은 아니다. "꽃들의 색이 몇 가지인지 세어보고 싶었던 적이 많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었다"고 폴로라는 설명한다.
클리퍼드처럼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은 유명한 재즈곡처럼 "지난해에 썻던 부활절 모자와 함꼐 선반 위로 올라가... 눈이 와서 클로버를 덮길 기도할 뿐이다". 실연한 사람은 어느 계절보다 봄이 가장 괴로울 수 있다.
앨리 스미스는 '에이프럴'(4월)이라는 단어가 "열다, 다가갈 수 있게 하다,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뭐든 제거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아페리레'에서 유래했음을 일깨운다. 하지만 새로울 게 없거나 겨울의 족쇄를 떨쳐버리지 못하거나 이 모든 정수, 이 모든 기쁨에 다가갈 수 없을 때는 뭔가 미묘하게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봄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완전히 새롭기도 해서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35세 생일을 몇 달 앞두고 데이비드 소로는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봄이 와도 생기를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우리의 겨울이 절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썻다.
그리고 활짝 핀 꽃들을 보려면
눈에 덮인 벚꽃을 보러
숲으로 가려면
50번의 봄으로는 빠듯하다.
가을이 죽은 사람을 위해 꽃 축제를 벌이는 때라면, 봄에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한다. 이게 고대의 보편적인 관습이었다.
2021년 11월 22일 오전 8:37
데이지,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수수하고, 잘난 척하지 않고, 겸손하고, 온화하고, 서민적이라는 게 데이지를 표현하는 형용사다.
홀로 피는 법이 없는 데이지의 습성 떄문에 "당신과 같은 마음입니다."라는 꽃말이 빅토리아 시대에 생긴 것 같다.
데이지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는 워즈워스의 시에서처럼 "수 많은 꽃이 별처럼 반짝이는" 게 아니라 여럿이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한 송이의 '작고 날카로운' 목소리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지만, 모든 데이지가 동시에 말하는 나쁜 습관 때문에 바람결에 이리저리 흔들리던(말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 있을 때만 대화에 참여하는) 참나리를 짜증 나게 한다. 결국, 도도한 앨리스가 허리를 구부리고 "입을 다물지 않으면 너희를 뽑아버릴꺼야!"라고 위협적으로 말한다.
데이지의 영어 이름이 옛 영어 '낮의 눈'에서 유래 했고 데이지가 밤에는 분홍빛 눈썹을 내렸다가 아침에 다시 올린다(꽃잎을 오므렸다 펼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꽃잎을 펼쳐 태양 쪽으로 기울인다는 것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반갑게 맞이한다는 뜻"이라고 기욤 드 마쇼는 분명하게 말했다.
윤과으로 데이지 형태가 단순해 보이지만(어린아이들이 꽃을 묘사할 때 주로 그리는 게 데이지다), 그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다.
데이지가 속한 국화과의 원래 이름은 'Compositae'은 이렇게 작은 꽃들이 모인 합성물임을 나타낸다.
먼저 데이지의 하얀색 주변화를 떠올리면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반했는지 아닌지 알아내려고 그 작은 꽃들을 하나하나 떼어 냈던 시절이 기억날지 모른다.
데이지 주변화의 숫자는 다양하기 때문에 이 놀이를 하면서는 조마조마할 수도 있다.
10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작고 귀여운 데이지는 이처럼 변신을 거듭했다. 이제 정숙하거나 겸손한 여성이 아니라 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여성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2021년 11월 23일 오전 10:33
수선화,
식민지 문화에서는 봄만큼 숭배하는 계절이 없고, 수선화만큼 상징성이 큰 꽃도 없다. 카리브해 지역과 대영제국 전체 초등학생은 무엇보다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를 외워야 했다.
"나는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네"라는 첫 구절로 잘 알려진 시다. 나이폴은 "분명 작고 예쁜 꽃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겠는가?"라고 묻는다. 나이폴뿐 아니라 많은 카리브해 지역 출신 작가들은 사계절을 고집하는 게 너무 동떨어지고 강압적인 식민지 문화의 잔재라고 생각한다. 식민지였던 트리니다드(나이폴), 세인트루시아(데릭 월컷), 안티과(자메이카 킨케이드), 아이티(에드위지댄티캣)나 도미니카 공화국(진 리스)에서 공부했던 작가들은 모두 수선화를 공부해야 했다. 셰익스피어는 수선화가 "아름다움으로 3월의 바람을 매혹한다"라고 했다, 로버트 헤릭은 수선화가 너무 금방 떠나간다고 눈물을 흘린다.
드디어 (집주인이 크게 선심 쓰듯 선물한) 수선화를 보니 복잡하고 불필요한 생각을 없애주려는 꽃럼 단순하고 예쁘다. 바꿩 말해 수선화를 보면서 "천사의 얼굴을 한 짐승 그리고 짐스으로 보이는 천사"를 모두 떠올린다.
마르틴은 수선화가 낯선 곳에서도 고개를 쳐들고 당당하게 행동하면서 적응을 잘하는 이민자 같다고 생각한다.
킨케이드는 "내 뜰로 나가고 싶다. 그런데 수선화의 노란 꽃을 받치고 있는 우아하고 긴 줄기에 발이 뒤엉켜 꼼짝도 못한다."라고 고백한다.
내가 만약 4월 어느 날 아침에 얼즈워터를 찾아온 19세기 관광객이고 , 운 좋게도 부드러운 바람에 춤추는 수선화를 발견했다면 그 유명한 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시적 발상지에 도착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지만
그 풍경이 얼마나 값진지 미처 몰랐네
멍하게 혹은 깊은 생각에 잠겨
이따금 소파에 누워 있을 때면
고독이 선사하는 축복으로
마음의 눈에 수선화가 떠오르네
그럴 때면 내 마음에 기쁨이 차올라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
워즈워스는 그리스, 로마와 페르시아의 고전에서 수선화에 관한 내용을 많이 찾아냈을 것이다. 그 책들에 나오는 수선화는 워즈워스가 보았던 노란색 나팔 수선화가 아니라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원산지로, 고대 교역로를 따라 중국과 일본까지 퍼진 타제타 수선화다.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타제타 수선화에 손을 뻗었다가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세계로 끌려갔고, 구약 성경에 나오는 '샤론의 장미'가 타제타 수선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눈으로 비유되는 수선화는 타제타 수선화이지만, 워즈워스가 본 수선화는 나팔 수선화였다.
2021년 11월 24일 오후 6:38
백합,
백옥처럼 하얀 백합도 있지만,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심지어 푸른색 백합도 있다. 하지만 이중 아주 소수만 '진짜' 백합니다. 구약성서 아가에 등장하는 골짜기의 백합조차 아마 다른 꽃일 것이다.
부활절 백합과 칼라가 어떻게 기독교의 부활절 축제와 관련되었는지 이해하려면 다른 백합과 축제도 알아야 한다. 꽃의 이름과 의미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최초의 흰색 백합으로 학명이 릴리움 칸디둠인 백합은 우리에게 성모마리아 백합으로 알려져 있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붓꽃을 보고 성모마리아의 고독을, 데이지를 보고 성모마리아의 겸손을 연상했고,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는 "성모마리아는 제비꽃처럼 겸손하고, 백합처럼 순결하고, 장미처럼 자애로우면서 하늘의 영광과 찬란함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게다가 백합은 순수함과 생식능력의 독특한 결합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성모마리아의 잉태가 육체에서 시작된게 아니라는 사실을 상징하려고 수태고지 회화에서 성모마리아는 백합을 쥐고 있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백합은 꽃병에 꽂혀 있거나 가브리엘 천사가 쥐고 있다.
종종 향로로 묘사되기도 하는 이 백합의 강한 향기 또한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공산주의 시인인 클로드 맥케이는 백합의 성스러운 상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어떻게 비기독교인인 내가 강렬한 샹기에 마음을 빼앗겨 제단에서 경배했는지 모르곗다"라고 회고하면서 향수에 젖은 채 백합향기에 관한 글을 썻다.
오늘날에도 최소한 미국에서는 모두가 그 꽃을 부활절 백합으로 생각한다.
2021년 11월 25일 오후 3:38
카네이션,
"그 남자가 카네이션을 가지고 왔어. 그때부터 끔직한 데이트가 될 줄 알았어"라로 샬럿은 인생 최악의 데이트에 관해 말한다. 2003년 맨하튼, 더 정확하게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모든 게 식물 번식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부터 시작되었고, 대게 우발적인 결합이나 환경 요인의 능숙한 조작으로 다양한 품종이 생겨났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일 뿐이고, 인위적으로 결합하면 어떤 품종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주장(칼 폰 린네가 1735년에 대담하게 제시했다)이 받아들여지면서 18세기 식물 혁명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여기에서도 카네이션이 핵심 역할을 한다.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1세기 전부터 카네이션을 붉은 깃발처럼 높이 쳐들었던 혁명가들에 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1886년 5월 1일, 뉴욕과 신시내티, 시카카고와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가 근로 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그들은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행진했다.
우리는 햇빛을 느끼고 싶다.
우리는 꽃 냄새를 맡고 싶다.
신도 그것을 원하신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 8시간만 일하려고 한다.
이틀 후 시카고의 수확기계 공장에서 경찰이 파업 근로자들에게 총을 쏘았고, 다음 날 헤이마켓 광장에서 열린 항의 집회는 폭력과 아수라장으로 끝났다.
빨간색이(기품이 있다기보다) 과격하다는 평판은 어디에서 처음으로 얻었는지 꼭 집어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17세기에는 이탈리아에서 일본까지 여러 나라에서 빨간색이 저항의 상징으로 등장한 것이 사실이다.
자비스는 흰색 카네이션을 진리와 순수 등 전통적인 상징으로만 해석하고 싶었을 것이다.
2021년 11월 26일 오전 10:47
여름
여름 오후, 내 느낌에 여룸 오후는 영어에서 가장 아룸다운 두 단어였다. -'이디스 워튼과의 대화', 헨리 제임스
찬란한 여름! 지나칠 정도로 좋다! - [오래된 초본 : 정원 소설], 레지널드 아켈
봄에는 활짝 핀 꽃을 보는 기쁨을 하나하나 차례로 느낄 수 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차례차례 맛볼 때와 비슷하다.
여름에는 수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면서 충만한 기쁨을 안긴다. 온갖 음식을 잔뜩 차려놓은 뷔페와 같다.
온갖 색깔과 향기를 지닌 꽃들이 핀다. 빨간색과 분홍 꽃, 재스민 향기와 라벤더 향기가 섞인다.
우리의 감각도 정원사도 혹사당한다.
북쪽 지역에서 꽃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왜 날씨가 따뜻하고 해가 길고 꽃이 많이 피어서 싸게 구할 수 있는 여름에 꽃을 선물로 주고 받는 기념일이나 휴일이 없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름에는 꽃이 비싸지 않아 흥청망청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가 보기에 여름은 사랑하는 사람들이서로에게서 "꽃을 찾아내면서" 남녀뿐 아니라 관능과 영혼까지 결합할 수 있게 한다.
장미를 지상에서 찾을 수 있는 신성한 아름다움, 인간 쾌락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보았던 중세 페르시아의 시도 그런 조화를 추구한다.
페르시아에서는 장미가 늦봄에 피는 꽃이지만, 다른 많은 곳에서는 한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므로 이 책에서는 여름 편에 포함했다.
연꽃은 중국과 일본에서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꽃이다.
낙원은 사라지고 가을이 된다. 여름이 지났다고 모두가 안타까워하지는 않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6월이면 자연이 "일을 너무 빨리 끝낼까 봐" 걱정하고, 9월이 되면 여름의 단물을 너무 오랫동안 포식했다고 느꼈다.
점점 밤이 빨리 찾아오고, 화려함을 떨쳐 버린 새 계절이 펼쳐지면서 그 계절만의 특별한 즐거움을 안긴다.
장미,
정중해야 하고, 장미를 가져와야 해요
나는 장미를 잔뜩 안기는 남자와만 데이트해요
나는 멋진 숙녀를 찾고 있어요. 관심이 있다면 장미를 잔뜩 가져오세요.
장미는 구닥다리일 뿐 아니라 선물하는 사람이 "제발 날 좋아해 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사랑에 굶주려 애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예절 안내서는 설명했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기대를 만들기까지 한다. 첫 데이트에서 장미를 받은 사람은 '저 사람은 뭔가 다른 완벽한 남자일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한다.
장미가 인간의 성관계를 떠올리게 하지 않았던 때는 찾아보기 어렵다. 성적인 갈망에 관한 중세 우화인 '장미 소설'(퇴폐적인 색체가 강한 강렬한 연애소설)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현재를 즐겨라'사상까지(로버트 혜릭은 "할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모으라"라고 충고했다.
장미이 세속적인 의미와 영적인 의미가 뒤섞일 때도 많다.
이슬람교 신비주의자인 수피교도 시인 루미는 장미의 향기로운 땀이 땅에 떨어져 향수가 되었다고 했다.
중세 시대에 '동고병'은 식물을 안에서부터 갉아 먹는 애벌레를 지칭했다. 17세기에 와서는 이런 식으로 파괴하는 존재, 특히 뭔가 아름다운 것을 파괴하는 존재를 부르는 말이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달콤한 꽃봉오리에 혐오스러운 동고병이 산다"라고 강조했다. 동고병은 경성하감과 라틴어 어원이 같은데, 경성하감은 매독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붉은 궤양을 뜻한다.
주로 성적인 유혹과 위험성을 이야기 하는 시 <들장미>를 선택한 일은 적절했다. 소년이 그 작은 들장미를 꺽겠다고 말하자, 장미는 그 소년을 찔러서 자신을 '절대 잊지 못하도록'하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소년은 듣지 않고, 에이즈 전염에 관한 비유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 같다.
시에서는 찌르는 장미만 고통을 받고, 장미를 꺽는 소년은 멀쩡한 것 같다.
결국, 장미의 목적은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장미는 가시가 많고, 부패하기 쉽고, 구식이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진부할 수 있고, 장미를 선물하면 절박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라고? 대부분 사람은 사랑 고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찾는다.
연꽃,
연꽃은 기적을 보여준다. 흙탕물에서 티 없이 깨끗한 꽃이 핀다.
연꽃 향기는 죽은 사람을 살릴 만큼 강력하다. 뱃사람들은 연꽃 열매를 먹은 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연꽃에 얽힌 이야기는 많다.
세 가지 연꽃이 있다.
첫 번째, 고대 이집트인이 숭배하고 먹기도 했던 푸른색 꽃을 피우는 이집트 남수련
두 번째,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고 인도와 남동아시아에서 신성시하는 연꽃
세 번째, 호메로스 이야기에 나오는, 지금의 튀니지 연안섬에 사는 사람들이 먹던 연꽃
앞의 두 연꽃은 잔잔하거나 천천히 흐르는 무렝서 잘 자란다.
세 번째 연꽃은 그리스인들이 로터스라고 부르던 수많은 육지 식물 중 하나다.
하지만 어떤 수련도 아시아 연꽃의 세력 확장을 막아내지 못했다.
수면 위로 1미터 이상 솟아오른 커다란 분홍색 꽃들은 흰색과 푸른색 수련보다 눈길을 끌었고, 습성도 풍요와 부활이라는 주제와 잘 맞았다.
게다가 더 잘 자라고 음식으로 활용하기도 더 좋았다.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그 연꽃을 이집트 콩이라고 불렀다.
연꽃 씨앗은 갈아서 국수, 죽, 반죽을 만들고, 볶아서 커피 대신 마시고, 팝콘처럼 튀겨 먹기도 한다.
연꽃은 어린 줄기는 샐러드로 먹거나 채소처럼 요리해서 먹는다.
연꽃잎은 말려서 차로 만들거나 다른 음식을 쌀 때 활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크고 전분이 많은 뿌리줄기 때문에 연꽃을 재배한다.
대부분의 연꽃 뿌리줄기(연근)는 동글납작하게 썰어서 식초에 절이고, 튀기고, 전을 부치거나 찜이나 수프에 집어 넣는다.
북미와 중미의 원주민들은 아시아 연꽃과 종류가 비슷한 미국 황련을 거의 같은 방법으로 활용했다.
숭배하는 연꽃을 먹기까지 한다고 껄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연꽃은 인도의 국화이자 종료, 문화적으로 가장 오래된 상징이다.
그들도 신성한 빛을 접하려고 연꽃러머 진흙탕 같은 현실을 딛고 일어선다.
최고신인 비슈누는 연꽃 배꼽으로 알려져 있다.
비슈누 배꼽에 있는 연꽃에서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태어났다는 뜻이다.
또한, 보통 '연꽃 안의 보석'으로 해석하는 가장 오래된 산스크리트어 주문("옴마니 반메 훔")으로 생명이 생겨났다고 한다.
'연꽃 안의 보석'은 연꽃이 활짝 필 때 암술머리가 들어 있는 노란색 연방이 드러나고, 둥글고 노란 수술이 연방을 둘러싼 모습을 묘사한 듯하다.
사실 모든 식물이 흙에서 출발해 하늘을 향해 자라기 때문에 어떤 종류든 이 주제를 나타낼 수는 있지만 연꽃에는 흙이 묻지 않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부처, 싯다르타 고타마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물에서 태어났지만, 수면 위로 올라가 물에 닿지 않고서 있는 푸른색, 붉은색, 흰색, 연꽃처럼 타타가타(깨달은 존재)는 이 세상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을 극복하고 세상에 더럽혀지지 않고 산다.
말로는 누런 안색에 금욕주의자의 얼굴이었고, 그가 손바닥을 바깥쪽으로 들어 올리자 연꽃은 없지만 부처가 유럽인의 옷을 입고 설법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면에서 흥미진진한 장면이지만, 연꽃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적일 수도 있다.
말로의 모습은 사람들이 지혜를 얻도록 도와주면서 손에 연꽃을 쥐고 있는 자비로운 보살을 떠올리게 한더ㅏ.
그러나 그는 열반으로 가는 길에서 한걸음 뒤쳐져 있다. 그는 명상하는 부처와 같은 자세를 취하지만(결가부좌, 연화좌), 콩고에서 템스강까지의 그의 여정은 지구의 한 어두운 곳에서 벗어나 다른 어두운 곳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말로는 세상일을 겪으면서 오염되지 않을 수 없었다.
1998녀년 그는 '연꽃 효과'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내고 제조업체들과 함께 연꽃의 특징을 활용한 페인트, 직물, 유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목화,
"내 존재 자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같았다"라고 킨케이드는 기록했다.
갑자기 그 꽃을 아무 악의도 없는 완벽한 식물로 보기 힘들어졌다. 또한, 그 식물이 세계 역사에서, 조상의 삶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에까지 얼마나 고통을 주면서 잔인한 역할을 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화는 천만~2천만 년 전 사이 어드 때쯤부터 존재했고, 종류는 50가지 정도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의 호피족은 그 솜으로 시체의 얼굴을 덮었다. 죽은 자가 앞으로는 구름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솜에서 실을 뽑아내 천을 짠 후 옷이나 가구를 만들고 심지어 팔아서 돈으로 바꾸었다.
목화는 단기간에 싹이 트고, 묘목이 나온 뒤 5~6주 후 꽃봉오리가 보인다.
그다음 3주 후에 꽃이 핀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개화다. 단 하루만 꽃이 피고, 그동안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땅벌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받이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스스로 제꽃가루받이를 한다.
첫날에는 흰색, 다음날에는 붉은색
태어난지 사을 만에 죽는다.
비록 살아 있는 기간은 짧지만
그렇다 해도 자연에 옷을 입힌다.
살아 있는 기간이 짧은 것은 꽃잎뿐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품종의 목화는 섬유가 짧고, 미국 품종은 길다.
목화를 의미하는 독일어에 나무 양털이라는 뜻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지금도 계속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목화 도시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영국 맨체스터 주변에 새로 생긴 공장들이 면직물을 생산하려면 그 목화가 필요했다.
대규모 농장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은 땅을 빼앗기고, 숲은 농장으로 바뀌었다.
1850년에 미국에서 목화를 재배한 땅의 67퍼센트는 50년 전에는 미국 영토가 아닌 곳이었다.
"노예들은 바구니를 들고 목화씨를 뺴는 조면기가 있는 곳에 가면서 두려움에 떨었다"라고 노스럽은 기록한다.
무게가 덜 나가면, 즉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면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4.5~9킬로그램 정도가 더 나가면 다음 날 수확해야 할 양이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수확한 목화가 많든 적든 조면기 쪽에 갈 때면 언제나 두려움에 떤다. 그러나 가장 심한 벌은 실수로 면화의 가지를 부러뜨린 사람이 받는다.
1919년 앨라배마주 엔터프라이즈 시민들은 경제 다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맡은 목화바구미에 깊은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기념비까지 세웠다.
엔터프라이즈 주변에서 목화 대신 땅콩 농사를 지으면서 땅이 다시 비옥해졌을 뿐 아니라 그 지역 농부들의 삶도 윤택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중국과 인도가 면직물의 주요 생산국이다.
1920년대에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 사람들에게 영국 직물을 사지 말자고 호소하면서 자신이 하듯이 직접 실을 뽑아서 직물을 짜는 게 '애국적인 의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는 인도에서 재배하는 목화 대부분이 해충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한 히르수툼 품종이다.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어떨 때는 너무 환하고, 너무 명랑하고, 너무 대담하고, 좀 단순해 보인다.
가슴이 터질 듯 환한 해바라기와 약간 음흉해 보이는 아주까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짝을 이뤘다.
마치 태양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해바라기 기름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씨앗 기름이고(야자유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마른 깍이에 둘러싸이고 얇은 막에 뒤덮인 지방을 많이 함유한 알맹이를 우리는 해바라기 씨라고 부른다.
우크라이나 해바라기 중에는 먹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위험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해바라기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원자로가 폭발하고 방사성 물질이 땅에 흡수 되었고 해바라기가 방사선 동위원소들을 빨아들일 수 있는지 실험을 했고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주었다.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오염된 땅과 지하수에서 화확물질을 빨아들이는 데 활용되었고, 이를 '식물 정화'라고 부른다.
양치 식물로 비소를 제거하고, 양배추로 납, 버드나무로 카드뮴, 포플러 나무로 수은을 제거한다.
체르노빌에서는 해바라기들을 스티로폼에 심어 원자로에서 1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작은 연못에 띄었고, 그 해바라기들은 열흘 안에 오염물질의 95퍼센트를 제거했다. 하지만 땅의 오염물질 제거에는 여러 이유로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불행히도 토양이 아니라 방사능 오염수가 더 큰 문제이고, 그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고고학적 발견으로 원주민들이 재배한 해바라기가 유전적으로 상당히 다양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바라기는 스페인 사람들이 16세기에 대서양을 건너 실어 나른 '신세계' 식물 중 가장 훌륭했다.
식민지 정복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전리품이었다.
주변화는 한 장씩 해바라기 중심에서 나올 때마다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 양쪽으로 옆의 주변화를 밀어내면서 나선형을 이룬다.
낮에는 오른쪽 줄기가 늘어나서 꽃을 서쪽으로 돌리고, 밤에는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최근에는 성장 호르몬인 옥신이 그 과정을 통제한다고 사실이 밝혀졌다. 어린 해바라기만 해를 향해 회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작가들은 변치 않는 사랑 혹은 짝사랑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신부들은 하나님이나 하나님이 아들을 향한 영적인 헌신에 관해 설교하고, 예술가들은 후원자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신하들은 왕에게 순종하고, 대중은 정치 지도자에게 변함없는 충성을 드러낸다.
바이런의 풍자시 [돈 후안] 에서 "남자의 사랑은 자기 인생과 별개지만 여자에게는 전부다" 라는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 포함된 내용이었다.
루피 카우어의 시집 태양과 그의 꽃들에 등장하는 한 사람이 연인에게 "태양이 저 꽃들에 하는 것처럼 네가 나를 대하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을 볼 때 요즘 시에까지 그 이미지가 계속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여성참정권협회가 1896년에 해바라기를 그들의 상징으로 정할 때는 해바라기가 태양을 쫓는다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그는 아버지인 태양을 감탄하면서 올려다보고, 버섯들을 내려다본다(훨씬 더 즐거워하면서).
2021년 12월 18일 오후 12:45
가을
여름의 생생한 빛은 너무 빨리 사라졌다!
내게는 모든게 씁쓸하다.
[가을 노래], 샤를 보들레르
그게 아니야, 힘을 내, 자매여.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옥수수, 클로버와 함께 그 해가 끝난다고 할지라도.
[10월]. 크리스티나 로제티
가을은 봄처럼 한해의 환절기다.
봄은 여름이 오기 전이라면, 가을은 겨울이 오기 전이다.
봄에는 다가올 날들을 희망하고, 가을에는 이미 지나간 날들을 기념하면서 아쉬워하기 시작한다.
가을 꽃들을 볼 떄 6개월 전의 봄꽃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0월에 피는 노란색 풍년화는 5월에 피는 버드나무꽃을 닮았다.
9월에 피는 사프란의 보라색 꽃을 보면 2월에 피는 코로커스꽃이 생각난다.
봄과 가을에 피는 꽃의 차이는 중년의 외모에 관한 산랄한 비유로 쓰일 때가 많다.
국화는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다.
하지만 오늘 날에는 계절과 관계없는 꽃이 되었다.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일도 한다. 씨앗을 분류하고 알뿌리를 심는다.
‘기억의 핵심’이자 ‘봄꽃이 튀어나올 폭탄’인 씨앗과 알뿌리는 파멸의 계절이자 창조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의 진정한 상징일 것이다.
사프란,
연보라색 작은 꽃으로, 주황색의 말린 암술 머리는 사프란이라고 부른다.
색깔과 향이 약해지지 않으려면 암술머리를 굉장히 빨리 말려야 한다(그 과정에서 무게가 80퍼센트 정도 줄어든다).
사프란 1킬로그램을 만들려면 20만 송이의 꽃과 400시간 이상의 노동이 필요하다.
국화,
카스미르가 들고 있던 국화는 19세기에 일본에서 들여온 국화의 자손이었고 일본에서는 평화, 사랑과 이해보다는 강제된 제국의 힘을 상징했다.
하지만 일본 국화 대부분의 원산지이자 국화에 대한 관념이 처음 생겨난건 중국이다.
메리골드,
아즈텍 문명에서 의료와 종교라는 두 기능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곳 사람들은 식물이 인간과 신의 중재자로서 둘의 관계를 다시 조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타게테스는 아마도 강력한 사향 냄새를 풍겨 이런 대단한 명성을 얻었던 것 같다.
무덤과 집 제단에 모두 메리골드를 바치고, 노란색 꽃잎의 자취가 둘 사이를 잇는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메리골드 두 종류의 원산지가 멕시코인데도 아프리칸 메리골드, 프렌치 메리골드로 부른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양귀비,
진홍색 개양귀비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게 많은 작가가 비유를 동원해서 그 꽃의 색깔, 질감, 분위기를 묘사하려고 했을까?
존 러스킨은 정말 꽃다운 꽃이라고도 했지만, 양귀비는 곧장 온갖 물거넹 비유한다
2021년 12월 18일 오후 12:45
겨울
잔인한 계절
[겨울], 토마스 새크빌
그대에게는 모든 계쩔이 달콤할 것이다.
[한밤중의 서리],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겨울은 기후 변화의 희생자다.
제비꽃,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잿빛 구름이 낮게 깔리고, 따스한 햇볕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올리기도 쉽지 않을 때면 기꺼이 계절에 맞지 않는 꽃을 찾는다.
제비꽃은 오랫동안 죽음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추모용 꽃으로 자주 이용되었다. 아니, 오히려 캐서린 맥스웰의 주장처럼 “잊었다가 다시 생각하게 하는” 꽃이 되었다. 제비꽃은 사실 장례식 관행보다는 향기가 작용하는 방식 때문에 추모용 꽃으로 널리 쓰인다.
프로이트는 전통적인 꽃말을 이용해 백합은 여성의 순결이라는 귀중품(여성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계곡은 의미를 더 풍부하게 한다).
카네이션은 남성의 육체적 욕망(약혼자가 그 꽃을 잔뜩 주었다는 환자의 설명도 듣기 전에 프로이트는 이 부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조금 더 흥미로운 부분은 제비꽃이고 전통적으로 꽃 사전은 제비꽃을 겸손이나 순수함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제라늄,
이야기 하려는 제라늄은 페라고늄이다.
딜레니우스는 두루미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제라늄이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이름은 황새라는 뜻의 그리스어 페라고늄이라고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라늄은 특히 음란한 꽃으로 해석되었다. 꽃잎이 겹쳐 있는 형태가 선정적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스노드롭,
눈처럼 하얀 꽃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에서는 1,2월에 피고, 루마니아에서는 3월 초에 피기 시작한다.
덴마크에서는 ‘겨울 바보’로 불리고, 전통적으로 부활절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스노드롭꽃을 넣은 비밀 편지를 보냈다.
아몬드,
혹독한 겨울에 남쪽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부자들만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서 지낼 만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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